사람은 단순한 것을 좋아합니다. 배우기 쉽고 간단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죠 (그런 면에서 미투데이는 정말 좋아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것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필요" 내지는 "완전 소중" 합니다.
제가 요즘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아야하는 것은 딱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환자의 ABO/Rh 혈액형 검사를 위핸 채혈을 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쌍둥이 출산에서 제대혈을 잘 담는 일이지요. 첫번째 것의 중요성은 굳이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 검체는 잘못 나가서 혹여나 수혈 사고가 발생하면 초대형 대박 사건이기 때문에 꼭 기사화가 되죠. 서울대병원에선 몇가지 방비책을 두고 있는데, 가장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방법이 "채혈자 이름과 환자 이름을 기입하기"입니다.
대형 병원에서의 혈액 검사는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진단검사의학과에는 혈액 및 검채 검사가 자동화되어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혈액 튜브가 즐비하게 줄을 맞추어 자동으로 검사가 되죠. 이런 자동화된 툴을 이용하기 위해선 검체 라벨을 붙이게되는데요, 그냥 스티커를 붙여놓고 다른 환자의 혈액을 담으면 대박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검체 라벨을 붙이고도 한번 더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환자의 이름을 물어보고 스티커에 네임펜으로 씁니다. 그리고 책임을 분명하게 하겠다는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채혈자의 이름도 쓰게 되어있죠. 이 네임 스티커가 안붙어있으면 ABO/Rh 검사를 하지 않고 도로 병동으로 올려보냅니다. 새로 받아서 다시 보내라고.
어찌보면 구시대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정말 단순하면서도 명쾌하죠.
저의 두번째 중요 업무인 제대혈 샘플 담기. 보통 제왕절개 분만을 하면 3가지 샘플이 나옵니다. 제대동맥혈 1cc, 제대정맥혈 50cc, 양수 10cc. 이게 쌍둥이, 세쌍둥이의 경우에는 그 배수로 샘플이 나오겠죠. 샘플을 정리하는동안 새로운 샘플이 나옵니다. 무균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주사기엔 아무런 표시도 할 수 없죠. 자칫 잘못 샘플을 정리했다간 신생아의 혈액 검사치가 바뀌어 나오겠죠. 태어난지 하루도 안된 아기에게서 혈액을 뽑을 수도 없고 정말 난처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한 기가막힌 대처방법. 두번째 아기를 위한 샘플 주사기에는 무균 처리된 고무줄을 하나 묶어둡니다. 그러면 수술중인 교수님도 당신께서 지금 제대로된 주사기에 담는 것인지 알 수 있고, 샘플을 정리하는 저도 제대로된 주사기란 걸 알 수 있죠. 하나에 몇 원도 안되는 고무줄 하나가 수술장에선 그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제가 있는 곳에는 "단순함"이 기호를 넘어선 가장 중요한 미덕입니다. 웹에서 "단순함"은 매력 포인트에 '불과'하겠지만 여기선 목숨이 달렸죠. 저는 어떻게든 저의 일과를 "단순하게" 유지해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페이스"란 참 중요한 것이더군요.
요즘 하루에 꼭 4~5분의 보호자분들은 분만장에 일단 들어오셔서는 간호사님을 찾습니다. 분만장을 들어오는 입구는 굳게 닫혀있고, 분명히 입구 옆에 호출용 비디오폰이 달려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분만장 입구 바닥에는 산모들이 오셔야할 분만장 병실로 가는 길과 부인과 질환을 갖고계신 환자분들이 가셔야할 복강경실로 가는 길이 표시가 되어있음에도 꼭 반대로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간호사님들은 이런 실수를 하시는 분들을 '가르치시죠'. 아닙니다. 그분들이 잘못한게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잘못된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왜 환자들은 바보같이 길을 헷갈리는 걸까?"라고 묻는게 아니라 "대체 우리가 뭘 잘못 표시한걸까?"라고 되물어야 합니다.
역시 사람은 필요한 곳에만 집중을 하는가 봅니다. 사이트의 성공을 결정짓는 "웹 인터페이스", 사람의 목숨이 달린 "검체 접수 인터페이스"에는 신경 쓰면서 사람들이 길을 헤매는 이유인 잘못된 인터페이스는 왜 무관심한지..
루비 책 번역과 관련하여 대산님과 출판사를 찾아가는 길에 지하철 갈아타는 길을 잠깐 헤맨 일이 있습니다.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잘못 된거에요"라는 대산님의 한마디가 기억납니다. :)
이렇든 인터페이스는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것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필요" 내지는 "완전 소중" 합니다.
제가 요즘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아야하는 것은 딱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환자의 ABO/Rh 혈액형 검사를 위핸 채혈을 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쌍둥이 출산에서 제대혈을 잘 담는 일이지요. 첫번째 것의 중요성은 굳이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 검체는 잘못 나가서 혹여나 수혈 사고가 발생하면 초대형 대박 사건이기 때문에 꼭 기사화가 되죠. 서울대병원에선 몇가지 방비책을 두고 있는데, 가장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방법이 "채혈자 이름과 환자 이름을 기입하기"입니다.
대형 병원에서의 혈액 검사는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진단검사의학과에는 혈액 및 검채 검사가 자동화되어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혈액 튜브가 즐비하게 줄을 맞추어 자동으로 검사가 되죠. 이런 자동화된 툴을 이용하기 위해선 검체 라벨을 붙이게되는데요, 그냥 스티커를 붙여놓고 다른 환자의 혈액을 담으면 대박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검체 라벨을 붙이고도 한번 더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환자의 이름을 물어보고 스티커에 네임펜으로 씁니다. 그리고 책임을 분명하게 하겠다는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채혈자의 이름도 쓰게 되어있죠. 이 네임 스티커가 안붙어있으면 ABO/Rh 검사를 하지 않고 도로 병동으로 올려보냅니다. 새로 받아서 다시 보내라고.
어찌보면 구시대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정말 단순하면서도 명쾌하죠.
저의 두번째 중요 업무인 제대혈 샘플 담기. 보통 제왕절개 분만을 하면 3가지 샘플이 나옵니다. 제대동맥혈 1cc, 제대정맥혈 50cc, 양수 10cc. 이게 쌍둥이, 세쌍둥이의 경우에는 그 배수로 샘플이 나오겠죠. 샘플을 정리하는동안 새로운 샘플이 나옵니다. 무균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주사기엔 아무런 표시도 할 수 없죠. 자칫 잘못 샘플을 정리했다간 신생아의 혈액 검사치가 바뀌어 나오겠죠. 태어난지 하루도 안된 아기에게서 혈액을 뽑을 수도 없고 정말 난처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한 기가막힌 대처방법. 두번째 아기를 위한 샘플 주사기에는 무균 처리된 고무줄을 하나 묶어둡니다. 그러면 수술중인 교수님도 당신께서 지금 제대로된 주사기에 담는 것인지 알 수 있고, 샘플을 정리하는 저도 제대로된 주사기란 걸 알 수 있죠. 하나에 몇 원도 안되는 고무줄 하나가 수술장에선 그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제가 있는 곳에는 "단순함"이 기호를 넘어선 가장 중요한 미덕입니다. 웹에서 "단순함"은 매력 포인트에 '불과'하겠지만 여기선 목숨이 달렸죠. 저는 어떻게든 저의 일과를 "단순하게" 유지해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페이스"란 참 중요한 것이더군요.
요즘 하루에 꼭 4~5분의 보호자분들은 분만장에 일단 들어오셔서는 간호사님을 찾습니다. 분만장을 들어오는 입구는 굳게 닫혀있고, 분명히 입구 옆에 호출용 비디오폰이 달려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분만장 입구 바닥에는 산모들이 오셔야할 분만장 병실로 가는 길과 부인과 질환을 갖고계신 환자분들이 가셔야할 복강경실로 가는 길이 표시가 되어있음에도 꼭 반대로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간호사님들은 이런 실수를 하시는 분들을 '가르치시죠'. 아닙니다. 그분들이 잘못한게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잘못된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왜 환자들은 바보같이 길을 헷갈리는 걸까?"라고 묻는게 아니라 "대체 우리가 뭘 잘못 표시한걸까?"라고 되물어야 합니다.
역시 사람은 필요한 곳에만 집중을 하는가 봅니다. 사이트의 성공을 결정짓는 "웹 인터페이스", 사람의 목숨이 달린 "검체 접수 인터페이스"에는 신경 쓰면서 사람들이 길을 헤매는 이유인 잘못된 인터페이스는 왜 무관심한지..
루비 책 번역과 관련하여 대산님과 출판사를 찾아가는 길에 지하철 갈아타는 길을 잠깐 헤맨 일이 있습니다.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잘못 된거에요"라는 대산님의 한마디가 기억납니다. :)
이렇든 인터페이스는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